농사

[스크랩] 풀관리, 저는 이렇게 합니다.

남강지리 2008. 12. 17. 15:42
[풀관리] 저는 이렇게 합니다.

[아랫마을 개울에 제초제를 쳐서 풀을 죽였습니다.
하천과 지하수 오염도 만만찮은 제초제.]


귀농본부 사무실에서 풀관리 강좌가 있네요...
이제 5월 중순. 바야흐로 지금부터 풀이 제 세상을 만나
밭에서 돌아서면 메롱~~ 하고 풀이 왕창 솟아나는 시절입니다.

강좌에 가고 싶지만 워낙 멀어서 아쉬운 마음을 접습니다. 안철환선생 강의를 한번 들어야 진짜 농사꾼이 되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기회가 닿지 않는군요. 안선생의 구수한 입담이 떠 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집니다.

저는 이렇게 풀관리를 합니다.
올해로 귀농 12년을 맞으면서 풀한테 매년 지기만하다가
이제는 풀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버렸습니다.

다른 분들도 좋은 경험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1. 풀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

풀을 뽑아 없애려고 하면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도 힘이 딸립니다. 풀은 아무때나 맬수도 없습니다. 몇 날 비라도 와버리면 풀이 기고만장하게 날 잡아잡수 하면서 불쑥불쑥 자라는 꼴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바라만 봐야 합니다.

2. 풀은 습기를 보존하고 각종 미생물의 서식처

풀이 못자라는 땅은 불모지. 마찬가지로 풀을 싸그리 없애버린 땅도 불모지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풀이랑 작물이 서로 사이좋게 잘 어울리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풀에는 탄소질이 많아 각종 미생물의 서식처가 될 뿐 아니라 산소를 공급 해 줍니다.


3. 거름이 되고 토양손실을 막아준다.

물론 풀만으로 완전한 거름이 안 됩니다. 토양에 따라 풀만으로 거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토양에 따라 인산질이나 질소질과 잘 섞으면 좋은 거름이 됩니다. 화학농법을 하는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논두렁 밭두렁마저 제초제를 뿌려서 장마비가 오거나 광풍이 불면 토양손실이 생기는데 풀이 있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랫마을 논입니다. 1주전에 촬영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무성하여 논이 누룻 푸릇 합니다.]


제조제 저항성 잡초에 대해서는 이번달 '디지털 농업'에 특집으로 나왔습니다. 잡초들의 내성이 강화되어서 더이상 기존의 제초제인 아짐설푸론, 벤설푸론, 할로설푸론 등 '셀포닐우레아계' 제초제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1990년 대 말부터 우리나라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곧 모내기를 할 논에 제초제를 뿌린것인데 잡초가 잘 죽지도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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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얘기하면 다들 그런 얘기 그만하라고 할테지요.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말처럼 쉽냐고 말입니다.

다음글에 실제 제가 하는 방법을 소개 해 보겠습니다.
 
제가 하는 풀관리에는 3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절대 때를 놓치지 않는다.


풀관리에서 때를 놓치면 말짱 도루묵이 됩니다.
일이 두배 세배 늘어나고 농사 망칠 수도 있습니다.
때를 맞추는 방법은 파종 할 때의 풀관리와
풀 맬 때의 풀관리가 있습니다.

이 두가지 때를 맞추면 됩니다.
이 두가지 때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기예보를 늘 잘 봐야합니다.
인터넷으로 주간일기예보를 늘 지켜보면서 포수가 사냥감을 노리듯이
날짜를 셈 하면서 일정을 마추어야 합니다.

작물에 따라 파종 할 때의 관리법과 풀 맬 때의 관리법이 다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콩을 중심으로 얘기 하겠습니다.

1) 파종 할 때의 풀관리

콩을 심을 때 저는 두가지로 합니다.

어떨 때는 콩을 옮겨심기 합니다.
바닥에 비닐을 좌악~~ 깔고 상토를 적당량 깐 다음 콩나물 키우듯이 콩을 키워 비오는 날이나 비 오고 난 직후에 옮겨 심습니다. 옮겨 심기 전 바짝 마른 날을 골라 밭을 관리기로 두어번 두드리면 풀이 사라집니다.

옮겨심은 콩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땅 겉에 있는 풀씨가 발아해서 풀이 날 때쯤이면 콩은 더 많이 자라 있습니다.

2) 두 번 정도의 풀 매기

'풀밀어'라는 기계로 합니다. '풀밀어'는 날이 두 종류가 있으므로 밭 이랑을 탈 때 간격을 잘 마추어야 합니다. '풀밀어'는 아주 효과적입니다. '풀밀어' 가 들어갈 넓이로 이랑을 만드는 것만 하면 됩니다. 두번 정도 밀면 그 다음은 콩이 완전히 우거져서 더 이상 풀이 못자랍니다.


['풀밀어'] 2003. 6. 찍은사진. 날의 높낮이도 조절 할 수 있어 일 하는 사람의 키에 따라 맞출 수 있습니다.]


(콩의 순 잘라주기 등은 생략. 이 글은 풀관리에 대해서만 씁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콩을 직파했습니다. 직파를 할 때는 풀관리 방법이 다릅니다.

1) 비가 오기로 되어 있는 2일쯤 전 바짝 마른 날 관리기로 두어번 두드려준다.

이렇게 하면 밭에 있는 풀이 다 잡힙니다.

2) 줄을 쳐서 반듯하게 이랑을 조금 좁게 타고 콩을 골에다 심는다.



[오늘 콩 심음.엊그제 비 오기 이틀 전에 타 놓은 이랑.
두둑을 높게 한 것은 1차 밭매기 할 때 까 뭉개기 위한 흙임]


'풀밀어'를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랑을 좀 좁게 타는 것이기도 하지만  풀매기 할 때 괭이질 한번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3) 콩이 가운데 손가락 만치 자랐을 때 두둑의 흙을 괭이로 벅벅 긁어준다.

두둑의 흙이 까 뭉개지면서 골의 풀이 매집니다. 콩 순에는 북주기도 되고 풀도 잡힙니다.

4) 쨍쨍한 날을 골라 아침 일찍 한번 더 풀매기(두벌매기) 해 준다.

두번만 해 주면 대충 콩이 풀을 제압할 만큼 자라 있습니다.
 
고추는 북을 해 주지 않기 때문에 풀을 베어 깔아 줍니다.



[2005. 5. 7. 고추 심기 전. 이랑을 아주 넓게 함. 물빠짐이 좋게 두둑도 높게 함]


 


[2005. 5. 14. 새벽부터 두어시간 풀을 베어 깔음.
농사에 비닐을 쓰지 않으므로 감자나 고추에 풀을 깖]


 


[오늘모습. 풀이 이번 비를 맞고 또 마르면서 땅바닥에 착 가라앉았음.]

둘째, 농기구와 농자재를 잘 활용합니다.

농사 짓다 보니 생긴 요령입니다.
작물에 따라 생겨나는 풀 관리 요령도 다 다릅디다.
농장에 기계를 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생태농사를 하는데
제가 부득이 들이는 농기계는 관리기입니다.
그리고는 수동식 농기구입니다.
농자재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관리기는 풀매기, 북주기, 로타리하기, 밭 갈기에 제한적으로 씁니다.



[농협 융자받아 산 관리기. 우리밭에 들어오는 유일한 농기계.
아직 기계값을 다 갚지 못했음.]


삯을 주고 사용하는 대형 로타리기는 한 마지기에 요즘 35,000 원합니다. 대형기계가 밭에 들어오면 여러가지로 절단납니다. 기름도 떨어지지만 워낙 고속으로 회전하고 중량이 크기 때문에 소생물이나 미생물들이 작살납니다. 또 더 고약한 것은 가령 로타리기를 콩 심을 때 불러 로타리를 쳐 놓으면 들깨 심을때 다시 불러야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쯤이면 밭에 풀이 제법 자라 있기 때문에 다시 풀을 잡고 파종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자 1차 북주기. 골을 넓게 탄 감자밭에 관리기로 한번 두드려 줬습니다.
풀도 잡고 북주기도 됩니다.]


생태농사를 하다보면 여러작물을 섞어 지어야 하고 또 노동력을 분산시켜 파종도 해야 하므로 소형관리기는 그때 그때 야금야금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용도는 비닐깔기 등등 참 다양한 모양이든데 저는 풀잡기 북주기 밭갈기 등에만 씁니다.



[5. 15. 두벌 북하기는 괭이로 흙을 긁어 올리면서 풀을 잡았는데
한번 만 더 긁어주면 감자농사 풀관리는 끝임.]


제가 풀관리에 애용하는 것 중에 하나는 닭장 보온덮개입니다.
풀을 안 나게 하거나 말라죽게 하는 생태적인 방법은 딱 3가지 입니다.
햇볕을 전혀 안 들게 하거나
숨을 못쉬게 밀봉하거나
마지막으로 물기가 하나도 없도록 말려버리는 것입니다.

양계용 보온 덮개는 여러면에서 참 좋습니다.
저는 처음에 고추밭에 신문지나 마분지를 깔았습니다.
신문지는 귀농 첫해에 사용하고는 다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분지는 효소 담을 때 사용하는 황설탕 부대나
밀가루 부대. 또는 사료용 부대를 쓰는데 많이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창고에 잘 말아 보관 해 두었던 닭장 덮개를 밭으로 옮깁니다.
올해 내내 밭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맹활약을 할 것입니다.]


모든 농자재는 절대 돈 주고 안 사고 재활용한다는 원칙하에 몇 년에 걸쳐 주어 모으는데 보온덮개를 그동안 많이 모았고 사용해 보니 참 매력적입니다. 내구성도 좋아 잘 간수하면 여러해 쓸 수 있습니다.

인삼밭에 사용하는 차양막도 저는 사용 해 봤는데 보온덮개만 못합니다. 보온덮개가 좋다는 것은 우선, 햇볕을 완벽히 차단시켜 줍니다. 아주 두껍기 때문입니다. 물기는 스며들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동이 보장됩니다. 때 맞춰 옮겨 깔면은 여러차례 사용 가능합니다.


[밑에 깔린 풀이 노랗게 떠서 다 죽었고 어떤 것은 아예 녹아서 거름이 되었습니다.
들깨 심을 곳입니다.]


농기계 중 '풀밀어'도 제게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도구입니다.
두번째 글에서 소개 했습니다.
그 외에 사용하는 농자재나 농기구는 다른 분들도 다 사용하는 것들입니다.
고추대를 그동안 고집스럽게 널려 자빠진 나무로 했는데
품이 너무 들어 올해는 철물점에서 플라스틱 고추대를 사다 할까 합니다.
내구성도 좋고 반영구적이라 여러모로 좋을 듯합니다.
풀관리의 세번째 원칙은 다목적 관리방식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풀을 대상화해서 한가지 용도로만 접근하면 힘들더란 얘깁니다.
뽑아야 할 풀,
베어 깔아 주어야 할 풀,
조금 자라게 놔 둬야 할 풀,
거름만드는데 장만 해야 할 풀,
먹는 풀(야채, 나물, 약초) 못 먹는 풀
생 풀, 마른 풀.(어떨 때 생풀이 필요하고 어떨 때 마른풀이 필요한지는 다 아실 것임)
청초액비용 풀
등등....

이 많은 풀을 각각 마련 하려면 허리가 열개 있어도 휘어집니다.
그래서 풀 관리에 제가 정한 세번째 원칙은 다목적용 관리원칙입니다.

옛말에 도랑치고 가재잡는다고 했습니다.
뽕도 따고 님도 본다는 말도 있는데
풀관리는 이정도 가지고는 안됩니다.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족탁(足濯)도 하고
미나리도 뜯고 수영도 할 정도는 돼야한다.
그만큼 다목적관리가 되어야 힘들지 않습니다.



[동네 개울에서 풀베기.]


작년에도 고추심은 곳에 바로 배추를 심었습니다. 고추 다 따기 전에 배추씨를 포토에 넣었었고 끝물 남았을 때 배추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고추 심은 곳에 여러번 풀을 베어 깔아 주었기 때문에 달리 거름을 하지 않아도 배추가 잘 되었습니다.

지난 주 새벽에 풀을 베는데 개울에서 페트병과 비닐부대 등 각종 생활쓰게기가 한 자루 나왔습니다. 향이 어찌나 진한지 코가 맹맹할 정도의 돌미나리는 한 소쿠리 뜯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오가면서 어이 잘한다고 추겨세웠습니다. 장마들면 물이 잘 빠지겠다고 다들 좋아했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겉옷은 이슬에 적셔지고 속옷은 땀에 젖고....기분이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두어시간 베었는데 한 트럭 되었습니다.



[금방 한 트럭 풀을 베었다.]


고추를 500포기 심었는데 약 100평 됩니다. 풀을 깔았더니 반정도 깔렸습니다.

쓰레기 청소했지
장마대비 개울쳤지
미나리 뜯었지
새벽기운에 건강해졌지
가을배추 밑거름 장만했지
동네 어른들께 칭찬들었지
제초제 안치니 약값 굳히고 지하수 오염 안시켰지
비닐 안 쓰니 토양오염 막았지

이 정도면 비닐 안 쓰고 풀베는 노동 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풀 벨 곳은 널려 있습니다.
트럭 몰고 나가면 두세시간이면 한 트럭 벨 수 있습니다.
지금 밭두렁의 풀은 아직 안 베었습니다.
밭두렁에 오늘 옥수수를 심었는데
풀이 좀 더 자라면 베어 줄 생각입니다.
감자밭 고랑에도 잔 풀이 뾰족뽀족 났는데
한 치 정도 자라고 나면 풀을 깔아 줄 생각입니다.
밭두렁에는 쑥대가 엄청 많아서 이건 베어 따로 보관합니다.
한 여름 집 마당에 모깃불 놓을 것입니다.
쑥대는 액비 만드는데 쓰기도 합니다.



[야생 돌미나리를 한 소쿠리 뜯었는데 내친김에 바로 미나리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맛은 소문내기도 아까울(?)정도 였음.]


감자밭 세벌 매기는 괭이로 득득 긁는것으로 때워도 될 듯 싶기도합니다.

생태농 하는 사람들도 비닐을 불가피하게 제초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비닐 안 쓰고 해도 큰 어려움이 없는것 같습니다. 가을부터 겨울에 조금만 부지런하면 트럭 몰고 산에 가면 갈비나 가랑잎 한 트럭은 식은 죽먹기입니다. 그거 모아놨다가 밭에 덮어주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산에 가면 쉽게 긁어 올 수 있습니다.

노동력의 경제성을 따질 때 경제외적 가치에 대해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풀관리를 잘 하면 경제적으로도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제초제나 비닐 쓰는 것과 비교해서도.

(끝. 여기서 글을 끝맺을까합니다. 허리랑 손구락이랑 완전히 맛이 가네요.
새벽 5시 경 들에나가 일하고 들어와서 컴 앞에 여태 앉았었네요. 쩝~.)

글쓴이 : 강원청년

출처 : ◈ 민초들의 향기마을 ◈
글쓴이 : 민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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